‘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딱 이 한 구절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을 찾아보게 된 건
딱 이 한 구절의 싯구였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라니
후
시집을 읽는 동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즐거움이란 나를 넘어서는 함께함이라고들 하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는 그냥 혼자 있음에 그렇게 오롯이 시에 취할 수 있음에 즐거웠다.
스스로 행복하고 스스로 즐거울 수 있음을 알려준 고마운 시집.
(사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시를 읽는 동안 번역에서 오는 갸우뚱거림이 있다. 근데 이건 내가 그 언어로 씌여진 원시를 읽기 전에는 아무리 번역을 잘했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언어에 대한 욕구만 쌓여간다.)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 '이십억 광년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
당신께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바람에 흔들리는 맨드라미를
말없이 바라본다
당신곁에서 울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파도 소리 반복되는 저 파도 소리는
내 마음 늙어가는 소리
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 탓이 아니다
내 탓도 아니다
- '9월의 노래', 다니카와 슌타로
#BorntoRead_HR 이란 태그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책 정리. 얼마나 할 지, 언제 할 지, 어떻게 할 지, 얼마만큼 할 지 알 수 없지만 문득 문득 한 권씩, 한 장씩, 한 자락의 기억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