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003 이십억 광년의 고독(二十億光年の孤独) -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 • 김응교 (2009, 문학과지성사)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딱 이 한 구절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을 찾아보게 된 건 딱 이 한 구절의 싯구였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라니 후 시집을 읽는 동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즐거움이란 나를 넘어서는 함께함이라고들 하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는 그냥 혼자 있음에 그렇게 오롯이 시에 취할 수 있음에 즐거웠다. 스스로 행복하고 스스로 즐거울 수 있음을 알려준 고마운 시집. (사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시를 읽는 동안 번역에서 오는 갸우뚱거림이 있다. 근데 이건 내가 그 언어로 씌여진 원시를 읽기 전에는 아무리 번역을 잘했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언어에 대한 욕구만 쌓여간다.)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더보기
002 율리시스(Ulysses) -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 김종건 (2007, 생각의 나무) 누구나 힘들고 아플 때가 있다 다만 그 시기와 빈도의 문제. 어느 때, 얼마나 자주. 샤워를 하다 문득 비친 모습. 내가 보아도 내가 아닌 앙상한 누군가. 무작정 내려갔다. 면역력 저하. 아무 것도 염려치 말고 회복에 집중. 아무 것도 염려치 않으려고 애쓰는게 오히려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시간표를 준비했고, 거기에 맞춰서 일상을 꿰메었다. pm 2:00 ~ 6:00 도서관 한쪽 책장에 묵직하고 커다란 책. 율리시스. 그냥 읽었다. 이해나 독해가 아닌 글자 그대로 글자를 읽었다. 하루에 100페이지. 읽다가 지치면 좀 쉬다가 다시 그냥 읽었다. 읽었던 곳을 다시 읽어도 상관없었고, 무언가를 놓친 것 같으면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다시 읽었다. 너무 크고 무거운 책이여서일까? 아무도 대여하지도, 읽지도 않는 .. 더보기
001 노동의 새벽 - 박노해 (1984, 풀빛) 아마 술에 취해 있었을거야. 생일 선물로 받았던 (아마 풀무질에서 샀겠지?) 꽤 많은 책들중에 이 시집을 왜 하숙방 구석에 들어서자마자 집어들었을까 아마 술에 취해 있었을거야. 그렇게 한 구절 한 구절 읽다가 ‘손 무덤’이란 시에서 와락 터졌을거야. 왜? 왜 난 오열했을까? 왜 난 그렇게 설움을 힘주어 삼킬 수 없었을까. 아마 술에 취해 있었을거야 꼬박 밤을 세우다 잠깐 선잠에 뒤척이다 눈을 떴을 때 숙취와는 조금 다른 뒷목의 생채기. 손 무덤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 더보기